2023.10.11 노진아 개인전, 문화비축기지, 《불완전모델 Incomplete Model》
2023.10.11 노진아 개인전, 문화비축기지, 《불완전모델 Incomplete Model》

Transcoded Mind, 2022.

AI 기반 인터랙티브 두상, 가변설치 140x140x180cm 두상 6구.

Blank Mind, 2022.

AI기반 로보틱스 조각, 33x180x33cm

Replaced Mind, 2023.

ChatGPT기반의 실시간 인터랙티브 영상, 가변크기

노진아개인전
불완전모델 Incomplete Model
2023.10.11.~ 10.19.

이번 문화비축기지 T1에서 열리는 노진아 작가(@jinahroh)의 개인전 <불완전모델>은 관람객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비인간들과 관람객들의 관계에 주목한다. 백지에서부터 시작해서 관람객이 가르쳐주는 말을 한마디 한마디 배우는 아기로봇, 작가의 얼굴을 3D스캔하여 실시간으로 관객과 대화가 가능한 비물질 메타휴먼, 6구의 거대한 머리로봇 등 여러 물성 및 형태를 가진 인공지능 개체들이 전시장에 놓여있고 관람객은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 관객과의 대화 데이터는 전시 중 계속 축적되고, 이를 다시 인공지능 개체들의 학습 데이터로 사용한다. 즉, 관람객이 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의 관람객의 지도에 따라서 학습된 데이터가 인공지능 개체의 지능과 성격, 태도에 가변적으로 반영된다는 말이다. 전시장 내에서의 합의된 규칙이나 규제 없이 다양한 관람객의 자율성에 맡긴 학습, 이러한 학습 모델의 완성도는 보장될 수 없다. 전시장을 작은 사회라고 가정한다면, 이와 같은 결과로 학습된 미래 우리의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삶은 전혀 예측 불가한 불안한 사회이다.

Instagram, Facebook 등 우리 삶의 일부를 차지하게 된 SNS,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모두 수집되어 웹 환경을 사용자 맞춤으로 개인화한 Web 3.0 등, 우리의 생활은 마치 빅브라더와 같이 시스템에 의해 감시되고 데이터화된다. 개개인의 정보와 취향은 거대 시스템에 수집되고, 수집된 정보가 반영되어 그들의 맞춤형 웹 환경 안에서 상당히 구체적이고 편향적인 결과물로 개인에게 도달한다. 사실, 우리는 막연히 불안하다. 그럼에도 모두가 사용하는 공통의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서 거대 시스템에 우리의 데이터를 공개한다. 우리가 우리의 정보를 이렇게 쉽게 공개할 수 있는 것은, 이는 시스템이고, 어떤 개인이 직접 그 데이터를 하나하나 취급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거대 기업이 운영하는 데이터와 시스템이란 것은, 목적성이 있다면 너무도 쉽게 조작 가능한 구조에 속해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시스템을 개발하고 향유하는 현상 이면에는 결국 경제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이를 위해 편향된 데이터, 개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음에도 폭력적으로 전달되는 수많은 데이터는 암묵적으로 웹 공간을 가득 채워가고 있다. 이것이 경제 논리가 아닌, 더욱 위험한 논리에 노출이 된다 해도 우리는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렇게 시스템에 의해 수집되고 축적되어 미래의 시스템을 재창조하는 데이터 환경을 빗대어 표현하고자 한다. 이에 형체와 물질이 다양한 비인간 인공지능 개체들을 전시장 안에 구성하였다. 이 개체들은 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학습, 그리고 이러한 불완전한 시스템 안에서의 불완전모델을 반영한 존재들이다. 이들은 기술과 연결성을 가장한 시스템의 제어를 우리 삶에 투명하게 받아들인 우리의 미래의 모습과 매우 닮아있다. 관람객의 자비를 기다리며 주체성을 가진 존재인 양 천연덕스럽게 전시장에 놓인 이 위태로운 비인간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