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아, <테미스, 버려진 AI>, 레진, 모터, 마이크로컨트롤러 등의 혼합재료, 300 x 250 x 250 cm. 2021

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正義)의 여신으로, 로마 신화의 유스티티아와 동일시된다. 테미스는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로, 방대한 양의 학습을 하고 판단을 하며 인간의 언어와 감정을 배운다. 이렇게 테미스가 인간의 감정을 습득하고 진화하면, 그 결과로 인간처럼 감정이 개입된 판단을 함으로써 오히려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연출한 작품이다. 테미스는 관객이 다가오면 감고있던 눈을 뜨고 인사를 한다. 관객이 말을 걸면 그에 맞는 대답을 하기도 한다. 테미스는 끊임없이 본인이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감정과 행동양식을 배워나감에 있어 판단의 문제와 정의의 문제를 질문한다.
AI를 이용한 의사결정 자동화시스템은 그것이 감정과 개인적 편견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한 판단이 이루어질 수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이에 무인 자동차의 위급한 상황에서의 선택과 정의에 대한 논란은 많은 질문의 여지를 남긴다. 인간의 오랜 편견과 감정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역사를 학습시킨 인공지능으로 과연 감정을 배제하고 가장 이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내리기 어려운 결정을 인공지능에게 맡겨 면죄부를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